경제학

실질 이자율 + 금융시스템

시지프 신화 2022. 6. 13. 19:10

 이제 우리는 대부자금시장의 분석에 하나의 중요한 세부사항을 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25-5><그림 25-6>은 예상되는 미래 인플레이션율이 특정 수준에 주어져 있을 때 명목이자율을 세로축으로 하여 그려졌다. 왜 실질이자율이 아니라 명목이자율을 축으로 사용했을까? 그것은 대출 협상을 할 때는 차입자나 대부자 중 어느 누구도 미래 인플레이션율이 얼마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대출계약은 실질이자율이 아니라 명목이자율로 명시된다. 그리고 <그림 25-5>(그림 25-6>에 있어서는 예상되는 미래 인플레이션율을 고정시키고 있기 때문에 명목이자율의 변화는 동일한 크기의 실질이자율 변화를 가져온다.

 차입자와 대부자의 미래 인플레이션율에 대한 기대는 보통 최근의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 10년간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난 후인 1970년대 후반에는 차입자와 대부자들이 미래 인플레이션율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0년간 비교적 낮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난 후인 1990년대 후반에는 차입자와 대부자들이 미래 인플레이션율이 낮을 것이라 예상했다. 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와 같은 기대 변화는 명목이자율에 강한 영향을 미쳤는데 이것이 1980년대 초에 비해 21세기 초의 이자율이 훨씬 낮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이제 미래 인플레이션율에 대한 기대가 어떻게 대부자금모형에 반영될 수 있는지 알아보자.

 <그림 25-7>에서 S0D0 곡선은 예상되는 미래 인플레이션율이 0%로 주어졌을 때의 공급과 수요를 보여 준다. 이 경우 균형은 E0에서 달성되며 균형이자율은 4%. 예상되는 기대이자율이 0%이기 때문에 대출에 대한 기대균형 실질이자율, 즉 대출계약이 체결될 때 차입자와 대부자가 예상하는 실질이자율도 4%.

 이제 예상되는 미래 인플레이션율이 10%로 상승한다고 하자. 대부자금 수요곡선은 위쪽으로 이동하여 D10이 된다. 이제 차입자들은 명목이자율이 4%였을 때 차입하고자 했던 금액과 마찬가지의 금액을 14%의 명목이자율에 차입할 의향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10%의 인플레이션율에서는 14%의 명목이자율이 4%의 실질이자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대부자금 공급곡선도 위쪽으로 이동하여 S10이 된다. 즉 대부자들이 이자율이 4%였을 때 빌려주었던 것과 같은 금액을 빌려주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는 명목이자율이 14%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균형은 E10에서 달성되고 예상되는 미래 인플레이션율이 10%가 된 결과 균형 명목이자율이 4%에서 14%로 상승한다.

 이러한 상황은 피셔효과(Fisher effect)라고 알려진 일반 원리로 요약될 수 있는데 그것은 예상되는 실질이자율은 예상되는 미래 인플레이션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셔효과라는 명칭은 1930년에 이를 제안했던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Irving Fisher)의 이름을 딴 것이다. 피셔효과에 따르면 예상되는 미래 인플레이션율의 상승은 명목이자율을 상승시키는데, 예상되는 미래 인플레이션율이 1%p 상승할 때마다 명목이자율이 1%p 상승한다. 중요한 점은 대부자와 차입자 모두 예상되는 실질이자율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수준이 예상될 수 있는 한 이는 균형 상태에서의 대부자금의 양 또는 예상되는 실질이자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단지 균형 명목이자율에 영향을 미칠 뿐이다.

60년간 미국의 이자율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의 이자율에는 몇몇 큰 움직임이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예상되는 미래 인플레이션율과 투자지출로부터 예상되는 수익률의 변화가 이자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림 25-8(a)>는 첫 번째 효과를 보여 준다. 이 그림은 1953년부터 2014년 초반까지 미국의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보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10년 후에 전체 금액을 상환할 것을 약속하는 채권)에 대한 평균 이자율을 보여 준다. 이 그림은 또한 같은 기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여 준다. 그림에서 보듯이 이자율은 1970년대에 들어 급격히 상승했다가 1980년대에 다시 하락했다. 그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1970년대에는 물가가 치솟았고 그 결과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만연하였다. 그리고 앞서 설명했듯이 더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은 균형이자율을 상승시킨다. 1980년대에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됨에 따라 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도 진정되었고 그 결과 이자율도 하락했다.

 <그림 25-8(b)>는 두 번째 효과, 즉 투자지출로부터 예상되는 수익률 변화가 어떻게 이자율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 준다. 이 그림은 2002년부터 2014년까지의 이자율을 상세하게 보여 준다. 그림에서 2000년대 중반에 이자율이 상승했다가 다시 급격하게 하락한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투자자에 대한 설문조사와 같은 다른 증거로부터 이 기간 중에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율이 별로 변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실제로 발생했던 일은 주택경기 호황과 불황이었다. 주택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대부자금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이자율이 상승했고, 주택경기 호황이 무너지자 대부자금 수요곡선이 다시 왼쪽으로 이동했으며 이에 따라 이자율이 하락했다.

 이와 같은 과정 전체를 통해 총저축은 총투자지출과 동일해졌으며, 이자율의 상승과 하락이 대부자와 차입자를 연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금융시스템

투자자들의 자금을 동원하는 금융시스템과 명석한 샌님들의 아이디어가 페이스북의 부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이 전적으로 현대적 경제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금융시장은 18세기와 19세기 초에 인도의 식민지 시장 개발, 유럽지역의 운하 건설, 나폴레옹 전쟁 수행 등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기여했다. 자본유입은 매국의 초기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했으며 광산, 철도, 운하에 대한 투자지추의 재원이 되기도 했다. 사실 유럽과 미국에서는 18세기부터 금융시장과 금융자산의 주요한 특성들이 잘 알려져 있었다. 이와 같은 특성들은 오늘날에도 타당성이 있다. 먼저 금융시장에서 무엇이 거래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하자.

 금융시장은 가계들이 금융자산을 매입함으로써 현재의 저축과 과거 저축의 누적액인 재산(wealth)을 투자하는 곳이다. 금융자산(financial asset)은 매입자에게 매도자로부터 미래에 소득을 수취할 권리를 부여하는 증서다. 예를 들어 저축자가 기업에 자금을 대출하는 경우에는 이 대출이 바로 대부자(매입자)에게 그 기업의 미래 소득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는 금융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