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더해서 가계는 자신의 현재 저축이나 재산을 주택이나 장비와 같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자산인 실물자산(physical asset)에 투자할 수도 있다. 실물자산은 소유자에게 이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예를 들어 임대를 하거나 매도를 할 수 있다).
앞서 금융자산이나 실물자산을 매입하는 것을 투자라 부른다고 했다. 따라서 여러분이 중고 비행기와 같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기계장비를 구입하면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된다. 반면에 여러분이 새로 제작된 비행기를 구입하는 것처럼 경제의 실물자본의 양을 증가시키면 여러분은 투자지출을 하는 것이 된다. (앞부분에 소개되었던 투자 대 투자지출에 대한 ‘함정’을 보라.)
여러분이 자동자를 사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면 여러분과 은행은 대출이라는 금융자산을 창조하게 된다. 대출은 현실 세계에서 중요한 금융자산 중 하나다. 대출은 대부자에 의해 소유되는데 위의 예에서는 은행이 소유자가 된다. 대출이 창조될 때는 이와 동시에 미래에 소득을 지불해야 하는 의무인 부채(liability)도 창조된다.
따라서 여러분의 대출은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금융자산이지만 여러분의 입장에서는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부채다. 대출에 더해서 중요한 금융자산이 세 가지 있는데 바로 주식, 채권, 은행예금이다. 금융자산은 누군가가 지불해야 하는 미래의 소득에 대한 권리이므로 이는 누군가의 부채이기도 하다. 각 종류의 금융자산에서 누가 부채를 부담하는지는 곧 설명될 것이다.
이처럼 대출, 주식, 채권, 은행예금 등 네 가지 종류의 금융자산이 존재하는 것은 대부자로부터 차입자로의 자금 흐름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제가 일련의 전문화된 시장(주식시장과 채권시장)과 은행과 같은 전문기관을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제22장에서는 순환도를 통해서 금융시스템을 구성하는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을 정의했었다.
원활하게 작동하는 금융시스템은 저축과 투자지출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장기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건이다. 이에 더해서 잘 작동하는 금융시장은 저축과 투자지출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한다. 어떻게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금융시스템이 달성해야 하는 과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이 과제가 수행되는지에 애해 알아볼 것이다.
금융시스템의 세 가지 과제
앞서 대부자금시장에 대한 분석에서는 차입자와 대부자가 직면하는 세 가지 중요한 문제를 간과했었다. 이들은 바로 거래비용, 위험, 그리고 유동성 선호다. 금융시스템의 세 가지 과제는 이 문제들을 비용효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금융시스템이 이들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면 금융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이제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금융자산이 고안되었고 금융기관이 발달되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과제 1 : 거래비용 절감 거래를 성사시키고 실행하는 데 드는 비용을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라 한다. 예를 들어 대출을 하기 위해서는 대출 조건을 협상하고 차입자의 상환능력을 검증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명하는 등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한 대기업이 투자지출을 위해 10억 달러를 조달하려 한다고 하자. 한 개인으로부터 이처럼 많은 돈을 빌리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금액의 자금을 빌려줄 수 있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수천 명의 사람들과 개별적으로 소액 대출을 위한 조건을 협상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투자사업을 하는 것 자체의 채산성이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 그럴 필요는 없다. 대기업이 차입을 하고자 할 때는 은행에 가거나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매각하면 된다.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경우 하나의 차입자와 하나의 대부자 사이의 거래이기 때문에 많은 거래비용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채권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설명할 것이다. 지금은 채권시장이 존재하는 주된 이유가 이를 통해서 기업들이 큰 거래비용을 들이지 않고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과제 2 : 위험 축소 현실에서 차입자와 대부자가 직면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금융위험(financial risk), 즉 금융 손실과 이득을 발생시킬 수 있는 미래의 불확실성이다. 금융위험 또는 단순히 말해 위험이 문제가 되는 것은 손실을 볼 수도 있고 이들을 볼 수도 있는 등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소유하고 운전하는 데는 사고가 발생하여 큰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는 금융위험이 수반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재적인 손실과 이득에 대해 비대칭적 태도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하면 특정한 금액의 돈을 잃을 때 발생하는 개인의 후생 감소가 동일한 금액의 돈을 벌 때 발생하는 후생 증가보다도 더 크다.
이와 같이 잠재적인 손실과 이득을 비대칭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을 위험회피적(risk-averse)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회피적이지만 그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부유한 사람들은 보통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덜 위험회피적이다.
원활하게 작동하는 금융시스템은 위험에 대한 노출을 축소시키는 것을 도와주는데 이것이 바로 위험회피적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다. 어떤 기업주가 새 장비를 구입할 경우 이윤이 더 늘어날 것을 기대하지만 실제로 이윤이 늘어날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하자. 이 기업주는 자신의 저축을 이용하거나 집을 팔아서 새 장비의 구입대금을 치를 수 있다고 하자. 이 경우 이윤이 기대한 바에 크게 못 미친다면 기업주는 자신의 저축이나 집을 날리게 된다. 즉 기업주는 사업이 잘될지 또는 안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자신을 큰 위험에 노출시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자기 재산의 상당 부분을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주들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 위험에 대해 더 관대한 이유다.)
따라서 위험회피적인 기업주는 사업이 잘되었을 경우 발생하는 이윤의 일부를 나눠 준다 하더라도 새 장비를 구입하는 데 따른 위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를 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험을 나눌 수 있을까? 자기 회사의 주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팔고 그 대금으로 새 장비를 구입하면 된다. 자기 회사의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기업주는 예상보다 낮은 이윤이 발생할 때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즉 자신의 다른 재산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이 잘되었을 때는 주식을 산 주주들이 이윤의 일부를 투자에 대한 보수로 받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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