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격과 거시경제학
비합리적 시장? 개인 투자자나 전문적인 자산운용자처럼 실제로 시장에서 거래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은 효율시장가설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이들은 시장이 종종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현명한 투자자라면 ‘시장 순간포착(market timing)’, 즉 주가가 과소평가되었을 때 사고 과대평가되었을 때 파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시장을 능가할 수 있는 틀림없는 방법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효율시장가설에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 그런데 시장이 가격을 잘못 평가하고 있었다는 특수한 예를 발견한다고 해서 효율시장가설이 부인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사람들의 구매행태에 변화가 생겨서 홈데포의 주가가 주당 40달러에서 10달러로 폭락한다고 해서 이 회사의 주가를 처음부터 40달러로 평가한 시장이 비효율적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구매행태가 바뀌리라는 사실은 공개적으로 알 수 없는 정보였기 때문에 일찍부터 가격에 반영될 수 없었을 뿐이다.
효율시장가설에 대한 보다 중대한 도전은 시장가격이 체계적으로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는 증거나, 개별 투자자들이 이론이 제시하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증거에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몇몇 경제학자들은 주가가 기초여건에 대한 소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변동한다는 사실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찾아내었다.
다른 경제학자들은 개별 투자자들이 체계적으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를 찾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과거에 가격이 상승한 주식의 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상승하리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효율시장가설에 따르면 이와 같은 기대는 근거가 없다. 이와 같은 논리는 주택을 비롯한 다른 자산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실 경제의 이해’에서 소개되는 거대한 주택 거품은 주택 구매자들이 주택가격 상승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 데에 원인이 있었다.
자산가격과 거시경제학
거시경제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자산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하며 이와 같은 변동이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까? 이 질문은 거시경제학이 직면한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부상했다. 한편으로는 정책입안자들은 자산가격이 너무 높다든지 혹은 낮다든지 하는 식으로 시장이 틀리다고 생각하기를 꺼린다. 효율시장가설에 따르면 공개되어 있는 모든 정보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다 일반적으로는 정부 관료들이 자신의 돈을 걸고 참여하는 민간 투자자들보다도 가격을 더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논리는 정당화하기가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20년간 우리는 하나도 아닌 2개의 거품을 경험했으며 이들 거품이 터질 대마다 커다란 거시경제적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1990년대 후반에 ‘닷컴’인터넷 기업을 포함한 기술 주식의 가격이 도저히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 거품이 꺼지자 이들 주식은 단기간 내에 평균 3분의 2 정도의 가치를 상실했고 그 결과 2001년의 경기후퇴와 장기간에 걸친 높은 실업을 초래했다. 몇 년 후에 다음의 ‘현실 경제의 이해’에서 소개하듯이 주택가격에서 어마어마한 거품이 발생했다. 2008년에 이 거품이 터지자 극심한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그 후 극심간 경기후퇴가 뒤따랐는데 위기의 여파는 여러 해 뒤에도 여전히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 같은 사건들은 자산거품이 너무 커지기 전에 정책담당자들이 이를 터뜨려야 할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 경제학자들 간 많은 논쟁을 불러왔다. 금융규제와 이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제29장에서 설명할 것이다.
현실 경제의 이해 – 미국의 거대한 주택 거품
2000년과 2006년 사이에 미국에서는 주택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했다. 2006년 여름에 이르러서는 로스엔젤레스,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마이애미, 라스베이거스, 뉴욕을 비롯한 주요 도시지역의 주택가격이 2000년 1월 수준의 두 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주택가격이 가속적으로 상승하자 2004년에 이 책의 저자를 포함한 몇몇 경제학자들이 가격 상승이 지나치며 이와 같은 가격 상승은 미래 가격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에 의해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거품’이라고 주장했다.
확실히 주택가격은 비슷한 주택을 임대하는 비용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그림 25-9(a)>는 널리 사용되는 미국의 주택가격지수와 미국 정부가 산출한 임대로 지수를 보여 준다. 두 지수 모두 2000년 1월의 값이 100이 되도록 정규화되었다. 그림은 임대료가 점진적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은 급등했음을 보여 준다.
그런데 다른 몇몇 경제학자들은 주택가격 상승이 완전히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주택가격이 급등한 시기에 이자율이 비정상적으로 낮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즉 낮은 이자율이 인구 증가와 같은 요인과 결합되어 가격 급등을 낳았다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 의장인 그린스펀(Alan Greenspan)은 2005년에 이르러 시장에 약간의 ‘거품’이 있음을 인정했지만 전국적인 거품의 존재는 인정하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회의론자들이 옳았음이 판명되었다. 그린스펀 스스로도 나중에는 전국적으로 거대한 거품이 존재했음을 인정했다. 2006년이 되어 주택가격 상승세사 주춤해지자 많은 구매자들이 미래 주택가격에 비해 비현실적인 예상을 하고 있었음이 명백해졌다. 주택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그림 25-9(b)>에서 보듯이 주택 수요는 급격하게 감소했다.
주택 거품의 붕괴는 은행시스템의 불안을 비롯하여 수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가져왔는데 이에 대해서는 제29장에서 검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