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금융 시스템과 금융 변동

시지프 신화 2022. 6. 14. 02:10

연금기금과 생명보험회사 많은 미국인들이 상호기금에 더해서 연금기금에도 지분을 갖고 있다. 연금기금(pension fund)은 회원들의 저축을 모아서 만든 자금을 여러 가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회원들이 은퇴할 경우 이들에게 소득을 지급하는 비영리기관이다. 연금기금은 소정의 특수규정을 적용받고 조세 특례 취급을 받지만 그 기능은 상호기금과 매우 유사하다. 즉 연금기금은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의 자산에 투자를 하고 회원들이 개별적으로 투자하는 경우에 비해서 월씬 비용효율적인 분산투자와 시장조사를 제공한다. 2013년 말에 미국의 연금기금은 16조 달러를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또한 생명보험회사(life insurance company)의 보험계약도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 보험계약은 계약자가 사망할 경우 대개는 가족인 계약 수혜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약속한다. 보험계약자가 사망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재정적 궁핍을 완화시켜 줌으로써 생명보험회사들 역시 위험 감소를 통해 후생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은행 유동성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자. 다른 조건이 같다면 사람들은 쉽게 현금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자산을 선호한다. 채권과 주식은 실물자산이나 대출보다 훨씬 유동성이 높지만 갑작스러운 비용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하는 것은 거래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 더욱이 많은 중소기업에서는 필요로 하는 규모의 자금 조달을 위해서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할 경우 그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 은행은 대부자의 유동성에 대한 수요와 주식이나 채권시장을 이용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차입자의 수요 간 상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은행의 업무는 먼저 예금자로부터 자금을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은행에 돈을 맡길 경우 여러분은 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대부자가 되는데 이 경우 은행예금이라는 채권을 갖게 된다. 은행예금(bank deposit)은 은행에 대한 청구권으로 은행은 여러분이 요구하면 언제든지 현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은행예금은 예금자에게는 금융자산이 되고 은행에게는 부채가 된다.

 그런데 은행은 고객들이 맡긴 예금의 일부만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를 기업이나 주택구입자와 같은 차입자에게 대출한다. 이와 같은 대출은 대개 장기로 이루어진다. 즉 차입자가 정시에 지급을 하는 이상 은행은 미리 약정된 기간 내에 대출 상환을 요구할 수 없다. 따라서 은행은 장기로 자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금을 빌려주기는 하되 필요할 때 언제든지 현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자금을 이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즉 은행(bank)은 대부자에게 예금이라는 유동적인 금융자산을 공급하는 한편 이들의 자금을 이용하여 차입자의 비유동적인 투자 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금융중개기관이다. 본질적으로 은행은 장기로 대출을 하는 동시에 예금자들이 언제라도 자금의 인출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일종의 불일치에 노출되게 된다. 그렇다면 은행은 이와 같은 불일치를 어떻게 관리할까?

 은행의 자금관리는 평균적으로 예금자들 중 극히 일부만이 동시에 예금을 인출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에 의존하고 있다. 어느 날이건 예금 인출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새로운 예금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며 이에 따라 예금인출과 신규예금은 서로 어느 정도 상쇄된다. 그 결과 은행은 예금자의 예금인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극히 제한된 금액의 현금만 보유하면 된다. 뿐만 아니라 예금자의 인출요구를 충족할 자금이 불충분하다 하더라도 각 은행예금은 25만 달러까지는 연방정부기관인 연방예금보험공사(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FDIC)에 의해 보장된다. 이와 같은 보장은 예금자가 은행예금을 보유하는 데 따른 위험을 축소시켜 주며 이에 따라 은행의 재정상태가 염려될 때도 자금을 인출할 유인을 줄여 준다. 결과적으로 평상시에 은행은 예금자 예금의 일부만 현금으로 보유하면 된다.

 저축자의 유동자산에 대한 수요화 차입자의 장기대출에 대한 수요를 조화시켜 줌으로써 은행은 경제활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다음의 현실 경제의 이해에서 보듯이 제대로 작동하는 은행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한국 경제 성공의 전환점이었다.

 현실 경제의 이해

 이제는 매우 부유한 현대 국가가 된 한국은 대표적인 경제성장 성공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60년대 초만 해도 한국은 매우 가난한 국가였으나 그 후 눈부실 정도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한국의 은행들이 한몫을 했다.

 1960년대 초만 해도 한국의 은행시스템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금 금리가 매우 낮았다. 이에 따라 저축자들은 저축의 구매력이 물가 상승에 의해 잠식당할 것을 우려하여 은행에 돈을 맡기기를 꺼렸다. 그 대신 저축자들은 재화나 서비스를 사는 데 돈을 지출하거나 부동산이나 금과 같은 실물자산을 구입하는 데 재산을 사용했다. 저축자들이 은행에 예금하기를 꺼렸기 때문에 기업들도 투자지출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1965년에 한국 정부는 은행을 개혁하는 한편 저축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수준으로 이자율을 인상했다. 그 후 5년 동안 은행예금 잔고가 600% 증가했고, 국민저축률, 즉 국내총생산 중에서 국민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은 두 배 이상이 되었다. 새로 활기를 찾은 은행시스템 덕분에 한국의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시작할 수 있었으며 이것이 바로 이 나라 경제가 갑자기 성장을 시작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은행시스템 이외에도 다른 많은 요인들이 한국의 성공에 기여했지만, 이 나라의 경험은 훌륭한 금융시스템이 경제성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 준다.

금융 변동

우리는 지금까지 금융시스템이 경제의 필수불가결한 일부임을 배웠다.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 또는 은행이 없이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가 어렵다. 하지만 좋은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단기적으로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때도 있다.

 실제로 주택가격 폭락이 낳은 금융 불안은 2007년 여름부터 정책담당자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2008년 가을에 이르러서는 큰 폭의 주택가격 하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경제가 심각한 경기 부진을 마주하고 있음이 확실해졌다. 이 책을 쓰고 있는 2014년 현재 경제는 2007~2009년의 극심한 경기후퇴로부터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자산시장 변동에 대해서만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을 것이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썼다. 여기서는 주가 변동의 원인에 대해서만 간단히 설명할 것이다.